'빈장((殯葬)' 가능성 보여주는 삼국시대 고분

  • 등록 2017.04.26 14:3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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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흙 곤충의 유해 분석으로 밝혀지는 장례문화

사람이 죽으면 시신을 바로 묻지 않고 무덤 밖에서 일정 기간 장례의식을 치른  이른바 '빈장'(殯葬)’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삼국시대 백제인의 유물이 나왔다. 그것도 사람이 만든 게 아닌 파리 번데기 껍질인데 곤충의 유해가 우리 고대 생활사를 규명하는 실마리로 사용되기는 처음이다. 문화재청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소장 지병목)는 전남 나주 정촌고분 금동신발 내부에서 국내 최초로 파리 번데기 껍질을 찾아냈다고 17일 발표했다. 법의곤충학적 분석연구를 통해 1500년 전에 빈장이라는 장례 절차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이번 파리 번데기 껍질은 정촌고분 1호 돌방(石室)에서 출토된 금동신발 내부의 흙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무덤 주인의 발뒤꿈치 뼛조각과 함께 10여 개체가 나왔다. 그간 북유럽 바이킹 무덤이나 일본 하자이케 고분 등 외국에서도 몇 차례 발굴된 적이 있으나 국내에서 보고되기는 처음이다.
 
나주문화재연구소 측은 정촌고분 1호 돌방과 같은 조건(빛 차단, 평균 온도 16℃, 습도 90%)에서 파리의 알, 구더기, 번데기 등이 어떤 상태일 때 성충이 되는지를 조사했다. 실험 결과 번데기 상태일 때만 성충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통상 알에서 번데기가 되기까지는 평균 6.5일이 걸렸다.  실험은 고려대 법의학교실 신상언 연구강사가 맡았다. 신씨는 “파리 알이나 구더기가 고분과 같은 환경 속으로 들어가면 바로 동면 상태로 들어가기 때문에 번데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이는 고분의 주인공이 일정 기간 장례 절차를 치른 뒤에 무덤 안으로 들어갔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연구소 측은 이번 파리 번데기 껍질은 ‘검정뺨금파리(Chrysomyia megacephala)’의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정촌고분 주변에서도 서식하고 있어 지난 1500여 년간 기후 변화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5~11월(9월경에 가장 활발히 번식)에 활동하며, 무덤의 주인공도 이 기간에 사망했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
파리 번데기 껍질이 발견된 금동신발은 백제의 중앙 권력층이 나주 주변 마한의 실력자에게 내린 하사품으로, 영산강 지역을 장악했던 지방 세력의 위세를 보여준다. 2014년 12월 출토됐으며 백제 시대 금동신발 가운데 최상품으로 평가된다. 이달 초 현대의 최첨단 기술로 유물을 복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구소 측은 앞으로 파리 번데기 껍질과 함께 출토된 고인골의 신체특성도 분석할 예정이다. 나주문화재연구소 전용호 연구관은 “이번 조사는 삼국시대 장례문화를 파악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무덤 주인공의 사망 원인과 나이, 식습관, 신체 크기 등도 검토할 것”이라며 “고대 영산강유역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상도 복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빈장((殯葬)이 행해졌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라시대 지방지배층 무덤인 경산 임당동 고분서도 발견됐다.  빈장은 매장 전 시신을 빈소에 안치하고 일정 기간 장례를 치르는 절차로, 중국 사서에 따르면 고구려와 백제는 3년, 신라는 1년에 걸쳐 빈장을 치른 걸로 돼있지만 그간 명확한 고고학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김대욱 영남대학교 박물관 학예연구원은 최근 고분문화연구회에 발표한 '신라 고분 내 빈(殯)의 가능성 검토' 논문에서 최근 고분 안에서, 새롭게 발견된 인골에 대한 분석 결과를 내놨다. '무덤 주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유골의 상태가 '순장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기존에 발견된 유골들에 비해 부식 상태가 훨씬 심하다는 것이다.



앞서 1988년 최초 발굴 당시 고분에서는 인골 2구가 발견됐고, 최근 무덤 내 인골을 재분류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유골 1구가 발견된 바 있다. 기존에 발견된 인골 2구는 순장자의 것으로, 최근 발견된 새로운 인골은 '무덤 주인'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연구원은 논문에서 "무덤 주인이 땅에 묻히기 전 일정 기간 가매장돼 사체 대부분이 썩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무덤 주인의 시신이 빈장을 거쳤기 때문에 매장 직전 죽임을 당하는 순장자들에 비해 부식정도가 더심하다는 의미다. 김 연구원은 빈장을 치른 이유에 대해서는 "상당한 양의 부장품과 제사음식을 확보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발췌 : 연합뉴스]


김동원 기자 info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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