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감염 우려, 장례식장 신풍속도

  • 등록 2015.06.09 11: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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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가 하늘 길마저 외롭게 했다. 한산하다 못해 쓸쓸했던 장례식장에서 한 상주는 “어쩌면 자식들이 힘들까봐, 배려하신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고 읊조리듯 말했다. 문상객들이 몰려 ‘남은 가족들이 힘에 부칠까’하는 마음으로, 지금을 때로 정하신 것 같다는 자위적 해석이다. 그러면서도 텅 비어 있는 빈소를 바라볼 때면 상주의 눈가엔 왠지 모를 ‘서글픔’과 ‘미안함’이 묻어난다. 그의 선친은 장기간 병마와의 사투 끝에 최근 유명을 달리했다. 메르스가 창궐해 위세를 떨치는 동안 남모르게 소외된 사람들이 있다. 하늘 길을 떠난 망자와 그의 가족들이다. 북적이는 장소를 피하자는 대중적 인식에 더해 병원과 환자를 통해 병원균이 전파된 것으로 파악한 일련의 소식들이 일반인들에게 연일 전파된 영향이 적지 않다. 특히 메르스 환자가 거쳐 갔거나 현재 격리돼 있는 병원이라면 사정은 더욱 좋지 않다.


텅빈 빈소, 민망한 유족들


A 씨의 경우 선친이 투병생활을 이어온 대학병원에 메르스 환자들이 격리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급하게 장례식장을 섭외했다. 그리고 해당 병원 역시 메르스 환자가 입원했던 병원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타 지역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정작 대전에 관한 소식에 둔감해져 있었다”고 운을 뗀 그는 “경황없이 급하게 장례식장을 구하게 됐고 뒤늦게 ‘아차’ 싶었다. 아버지를 모신 병원이 메르스 환자(확진)가 입원했던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다”라며 “(혹시 모를 상황에) 남은 가족들의 건강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사람들이 올까…’라는 의구심을 갖기도 했다”고 엷게 웃어 보였다. 혹여나 하는 마음은 곧 현실이 됐다. 선친이 이른 새벽 시간대에 눈을 감으면서 지인들에게도 당일 정오를 전후해 연락을 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부음을 전달한 시간이 비교적 빨랐던 것과 달리 빈소는 내내 한산하기만 했다. 개중에는 빈소에 들어오지 않고 상주를 건물 밖으로 불러내 부의금만 전달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둘째 날) 새벽 4시 즈음에 회식을 마치고 온 친구가 있었습니다”라고 재차 말문을 연 A 씨는 “거나하게 취한 상태로 빈소에 들어서는 친구가 그날은 왠지 고마웠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 친구가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그날은 찾아와 준 것만으로도 반갑고 또 고마워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라며 “일가친척 그것도 가깝게 지내는 분들이 아니면 빈소에 들어오는 것 자체를 꺼리는 상황이었고 그 상황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라고 말끝을 흐렸다. A 씨는 병원 측으로부터 나름의 배려를 받기도 했다. 병원 내 마련된 빈소 모두가 텅텅 비어있기에 가능한 배려였다. 그는 “장례 첫 날 빈소를 차리는 중에 병원 관계자가 찾아와 ‘일반 빈소 이용금액으로 VIP 빈소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의향을 물어왔다”며 “병원 측 제안을 수락하면서 주변을 다시 살펴보니 다른 빈소에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뭔가 아버지께 잘못한 것 같은 마음마저 들었다”라고 씁쓸해 했다.그러면서 “문상객들이 드문 빈소를 바라보면서 힘이 빠지고 아버지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가족들은 오히려 아버지가 ‘우리’를 배려했다고 서로를 위로했다. 투병생활 중 당신과 가족 모두가 힘들었던 만큼 마지막 ‘배웅하는 길’만이라도 편하게 함께 하자는 의미로 생각했다”고 애써 웃어보였다.


메르스 양성반응 대전 80대男 사망, 가족 모두 격리돼 장례식 못치러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2차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인 80대 메르스 의심 환자가 사망했다. 만성신부전증을 앓아온 이 남성은 16번째 메르스 환자와 한 병실을 사용한 바 있다 . 4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10시쯤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돼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격리치료를 받고 있던 남성 A(83)씨가 숨졌다. A씨는 지난 28일 메르스 16번째 환자인 40대 남성과 한 병실을 사용하다가 지난달 30일부터 격리 치료를 받아 왔다. 숨진 A씨는 지난 2일 메르스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전날 채취한 검채를 토대로 한 2차 검사 결과(4일 판정)는 양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는 "A씨가 만성신부전증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남성과 한 병실을 썼다가 격리돼 치료받았다"고 했다. A씨가 사망했지만 부인을 비롯해 아들 등 가족 4명모두 병원이나 자택에 격리돼 있어 장례도 치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관리자 기자 info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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