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문화를 바꾼 사람들

  • 등록 2012.10.11 11:59:37
크게보기

▶언론인의 눈에 비친 장례문화 ▶"다시 한 번 장례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꿀 지도자가 나올 시점인 것 같다."

▶세종시의 은하수공원은 SK그룹이 500억원을 들여 국내 최고 수준으로 조성해 2010년 기부한 것이다. 36만㎡ 규모의 부지에 장례식장과 화장장·봉안당·자연장지까지 갖춘 종합 장례시설이다. 화장장은 무색(無色)·무취(無臭)·무연(無煙)의 최첨단 시설을 갖추어 거부감을 최소화했다. 그래서 은하수공원은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관내에 화장시설을 조성하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벤치마킹 대상 1순위로 꼽히고 있다. 그동안 서울·창원·울산 등 여러 지자체에서 시설 견학을 했다.

SK그룹이 이 시설을 지은 것은 고(故) 최종현 회장이 "화장하라"는 말과 함께 "훌륭한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는 유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최종현 회장은 우리나라의 장례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꾼 인물 중 한 명이다. 1998년 최 회장이 세상을 떠날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조상이나 가족을 화장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했다. 도시화에 따라 매장 문화가 화장 문화로 변하는 것은 시대적 추세였지만 화장은 묻힐 땅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뿌리깊게 남아 있었다. 그러나 최 회장의 화장을 계기로 화장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변해서 우리나라 화장률은 1997년 25% 수준에서 지난해 71.1%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2004년 9월 별세한 김장수 전 고려대 농대 교수의 장례는 평생을 함께한 숲과 나무 곁에 묻히고 싶다는 고인의 뜻에 따라 수목장(樹木葬)으로 치러졌다. 고인은 평소 아끼던 50년생 참나무와 함께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 이후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수목·화초·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는 자연장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우리나라 자연 장지는 지난해 말 공설 23개소, 사설 336개 등 359개소로 늘어났고, 선산(先山)을 자연 장지로 바꾸는 문중도 셀 수 없이 많아졌다.

3벌식 타자기를 만든 공병우 박사도 장례문화 개선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공 박사는 1995년 사망하기 전에 미리 "내가 죽으면 죽었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고, 시신은 기증하고 화장한 다음 모든 절차가 끝난 후 비로소 나의 죽음을 알리라"는 유언을 남겼다. 당시 국내에서는 시신 기증을 시신을 훼손하는 행위로 보는 부정적 인식이 강했는데 그 이후 시신 기증 운동이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장례문화는 고인에 대한 추모는 뒷전이고, 허례허식과 체면치레 속에서 상주도 조문객도 모두 피곤한 장례를 치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날로 번창하는 장례식장과 장례업체들은 "장례에서 흥정하는 것은 고인에 대한 예가 아니다" 등의 말로 경황없는 유족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 장례식장은 장례용품을 구매가 대비 최대 10배까지 부풀려 판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은 1997년 사망하면서 "각막은 의학용으로 기증하고 시신은 화장해 홍콩이 보이는 바다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이끈 거인(巨人) 덩샤오핑은 이렇게 이름만 남기고 떠났다. 우리도 다시 한 번 장례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꿀 지도자가 나올 시점인 것 같다. ▶조선일보 김민철 사회정책부 차장
뉴스관리자 기자 infois@naver.com
Copyright @2004하늘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등록번호 : 서울다10295 등록연월일 : 2003년 11월 07일 제호 : 하늘문화신문 발행인 : 김동원 | 편집인 : 김동원 주소 : 서울시 강동구 천호대로1139 강동그린타워 11층 R1135 발행연월일 : 2004년 03월 05일 전화 : 02-6414-3651 팩스 : 0505-300-3651 copyright c 2004 하늘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