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례시장이 한국을 부르고 있다

2011.06.06 19:47:36

예측 가능한 수요, 장묘사업 전개 적절한 시기 도래

중국은 우리에게 큰 기회를 주는 거대 시장이다. 13억명이라는 인구 수에서 그렇고 이미 G2로 부상한 경제력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 만큼 중국 시장에 거는 우리의 기대는 크다. 중국을 "제2 내수시장"으로 만들겠다는 포효를 토하는 우리 기업도 적지 않다. 현실은 어떤가. 중국에 공장을 둔 회사는 많다. 그러나 중국에서 제대로 팔면서 돈을 벌고 있는 기업은 손을 꼽을 정도다. 왜 중국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 가운데 하나면서,그것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중국 시장에서 웅비하지 못할까. 한국경제신문의 진단 결과는 간단하다. 중국을 제대로 몰라서다. 가까이 있기 때문에 쉽게 보고,또 안다고 착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태도는 유럽이나 미국으로 사람을 떠나보낼 때는 "고생하고 오라"고 하면서 중국에 나가는 사람에겐 "돈 많이 벌어오라"고 쉽게 얘기하는 우리 습관에 잘 나타나 있다.

▶중국 장례시장 규모 150조원

"죽은 사람도 돈입니다. 사실은 가장 확실한 돈이지요. " 상조사업을 하는 우타우(吳達武) 베이징런상메이상우푸(北京任尙美商務服) 동사장(58)은 "공원묘지의 전국 사업화가 막 시작됐다"며 "납골당 다단계 분양 사기 사건까지 생겨날 정도로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 사장은 남들이 하지 않는 혐오산업에 뛰어들어 한우물을 팠다. 군인으로 17년 근무한 뒤 1985년부터 상조사업에 뛰어들었다. 26년째 일을 하고 있어서 이 분야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외국(타이완)과 처음으로 합작한 경험도 갖고 있고 아직 혼탁한 상조산업에서 안정적인 모델을 구축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 본인은 "시골(푸젠성) 출신으로 군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킬 것을 철저히 지켜가며 조심하면서 일한 덕분"이라고 겸손해 한다.

소박한 모습이지만 시장을 보는 눈은 남다르다.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상식을 전제로 "매년 죽은 사람 숫자만큼 예측하기 쉬운 것도 없다"고 잘라 말한다. 중국에서 매년 평균 사망자 수는 890만명이고 이 가운데 베이징에서 매년 8만명,상하이에서 10만명이 죽는다. 일반 사람의 장례비용이 1만~10만위안(170만~1700만원)임을 감안하면 중국 상조 시장 규모는 연 15조~150조원에 달한다. 우 사장은 "원래 중국인의 DNA에는 부모를 공경하고 특히 돌아가셨을 때 예를 다하는 문화가 있었다"며 이것이 비약적인 경제 발전에 힘입어 최근 살아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부터 개방 전후까지는 강력한 법 집행과 경제적 여유가 없어 화장 방식(납골당)이 일반적이었으나 2000년대 들어 호화 장례가 치러지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묘 하나에 800만위안(13억6000만원)짜리가 등장했고 베이징에는 ㎡당 100만위안(1억7000만원) 하는 호화 묘지가 등장했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병원 장례식장보다는 전문 장례예식장을 이용한다. 전문 장례예식장만 전국에 1692개(2008년기준,민정부 관할)가 있고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전국 공원묘지 수는 1209개(2008년)이고 화장장은 5000개 정도다. 혐오시설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심했으나 요즘은 장소 선정부터 거주 지역과 거리를 둠으로써 반발이 많이 줄었다.

우 사장은 최근 추세와 관련, "돈 있는 사람들은 공원묘지에 풍수나 경치가 좋은 지역을 택해 가족묘역을 마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공원묘지 분양대행 수수료는 매매가의 30~40%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기본급 1200위안(20만원)에 매매가의 5~10%를 수당으로 지급하거나 고정급 2000~5000위안(34만~85만원) 수준으로 지급한다. 임원급이 되면 고정급으로 월 1만5000~3만위안(250만~5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우 사장의 표현을 빌리면 상조사업의 전망은 아주 밝다. 우선 고객 수를 예측할 수 있는 만큼 "재고 부담"이 없다. 전형적인 중소기업 업종이기 때문에 갑자기 놀라운 경쟁자가 나타날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죽음을 앞둔 시기를 잘 살피면 "뻔히" 보이는 수요품들이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알면 그들의 죽음 10년 전,5년 전,3년 전,1년 전 필요한 물품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는 것.

죽음을 10년 정도 앞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실버산업이 먹힌다. 가벼운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설,건강식품,보온 잘 되는 옷 등이 팔린다. 사망 5년 전에는 많은 이들이 재산 분배에 신경을 쓴다. 패물이나 부동산을 처분하는 시기도 이때다. 묘지 구입,수의 장만도 이 시기에 하고 치아 문제로 다시 어린이처럼 이유식을 먹는 것도 이 기간이다. 사망 3년을 앞두고는 거동이 불편해져 보모나 간병인이 필요해진다. 외출도 해야 하기 때문에 휠체어가 이들에게 꼭 필요하다. 요실금과 전립선 등의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 기저귀가 이 시기의 필수품이다.

사망 1년 전에도 사업거리는 많다. 욕창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환풍 도구를 비롯한 집안 위생용품들이 많이 필요해진다. 세균 전염을 막을 수 있는 전용 비누,칫솔,유아용 세면대 등을 들 수 있다. 우 사장은 이렇게 눈에 보이는 수요들을 확인하면서 상조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상조 관련 공장과 장례식장 1개소 및 베이징에 상가 5개와 하얼빈 등 지방에 유통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매출은 공개하지 않고 연 1970만위안(34억원) 정도의 이익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우 사장을 소개한 양 회장은 "한국인들이 미국에 처음 가서 과일가게 세탁소를 했듯이 이제 한국인들 가운데도 중국에서 장묘사업을 하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경우 전형적인 대기업은 아니더라도 자본이 뒷받침되는 큰 조직들이 수년간 상조산업을 벌여왔기 때문에 이제 그 노하우를 갖고 중국에서 장묘사업을 벌이기에 괜찮은 시기라고 말했다. "아직은 외국인 제한 업종이긴 하지만 점점 더 모든 사업을 개방하는 추세인 것을 감안하면 전망은 밝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다른 외국인들은 상조산업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상조문화 선진국인 우리나라가 충분히 두드려볼 수 있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한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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