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동품과 고물 -변성식 소장

2021.10.04 18:12:53

계절이 바뀌면서 산책길도 볼거리가 많아진다. 자연의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생명을 지닌 것의 피할 수 없는 수명을 관조하며 쌓여가는 낙엽을 밟는 발길에도 애잔함을 떨칠 수없다. 

 

햇볕을 피해 저녁무렵 나선 산책인데 추분이 지난 뒤로는 찾아오는 어스름 걸음이 빨라짐에 서둘러 돌아온다. 

 

한 시간 정도의 산책 후에는 걸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끼지만 움직이지 않으면 금새 관절이 편치않음을 느낄만큼 신경이 쓰인다. 특히 새벽 무렵이면 골반부위가 부서져 조각난 듯한 꼼짝 못하는 아픔이 절로 신음이 터진다.   

 

 

나이들면 아프기 마련이라는 말이 진실이다. 자동차도 오래 쓰면 여기저기 고장이 나고, 오래된 집도, 가구, 집기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고장나면 버리거나 한쪽에 치워져 눈길 주지않게 되는 것이 그저 당연한 것으로 무심했었다. 

 

그러나, 바로 그 치워졌던 고물의 입장이 되고 보니 정말이지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쓸모가 없어진 물건을 바라보던 나의 냉정한 시선을 기억해보면 병들어 버린 몸뚱이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 교차되면서 지금의 고물이 되어버린 나를 실감나게 깨닫는다.


예전같으면 아무 말없이 정리하던 현관의 가지런하지 못한 신발들을 보면 그곳까지 가서 직접하지 못하니 잔소리를 하게 되는 일이 생긴다. 

 

비슷한 예는 집안 곳곳에 얼마든지 생겨나 지적을 반복하게 되고 듣는 사람은 듣기싫은 잔소리에 참고 참다가 짜증으로 터뜨리는 일이 발생한다. 

 

몸이 아프니 움직일 수없고 내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으니 말을 하는 것인데 듣는 사람은 반복되는 지적이 속상할 밖에 없다. 

 

반복되면 불만이 쌓이다가 터지면서 피하게 되고 고분고분하게 케어해 주던 보호자가 아니라 반발하고 신경이 곤두선 보호자로 가시처럼 찌르는 말로 맞대응한다.

 

몸에 좋다는 이것저것 온갖 정보를 나열하면서 ' ..해라'와 '.. 먹어라' 등등의 어린 아이에게 하던 잔소리를 듣게 된다. 

 

자식의 입장에서 오죽 답답했을까 생각하여 내가 먼저 잔소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통증이 심한 날은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짜증이 날 때가 있다. 

 

만만하니 다시 잔소리다. 천덕꾸러기 같은 모습으로 변해가는게 아닌지 매번 후회막급이다. 그래도 한때는 의사였던 내게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돌팔이 취급을 하면 할 말을 잃는다.

 

나이들면 아프지 말아야 한다. 아프면 주위에 폐가 될 뿐만 아니라 아픈 몸보다 마음이 더 아파진다. 

육체적 아픔과 심리적 아픔이 뒤섞이고 주변인들의 고물 대하는 시선을 더해지면 아픔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아끼고 소중히 다뤄지는 골동품과 버려진 고물의 차이는 가치가 다름일 것이다. 

 

고물이 골동품으로 인정받으려면 가치가 있는 고물이어야 한다. 진정 가치있는 골동품처럼 좀 더 오랫동안 가치를 인정받고 따뜻한 눈길을 받고 싶다. 금전적 가치가 아닌 정신적, 심리적 가치가 있는 골동품으로 말이다.

 

그래서 아프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잔소리도 덜 하게 된다. 몸을 바지런히 움직여 내 힘으로 먹고 입고 치우고 움직여야 주변인들에 걸림돌의 시선을 받지 않는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은 제아무리 지극한 효자라도 잔소리하는 병자의 수발을 드는 것이 얼마나 고약한 일인지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볼 때 긴 병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효자라면 아마도 그  효자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싶지 않을까? 그러니 아프지 말자.


가치있는 골동품은 어떻게 해주기를 원하지 않는다. 

 

다만 참견말고,
무조건 감사하고, 
고개 끄덕여주고, 
칭찬해 주고, 
웃어주자.        

 

▶ 기고 : 변성식 마음건강연구소 소장

김동원 기자 info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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