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자살률 상위권 벗어나는 법 ------이병태

2019.05.01 08:51:31

라트비아가 OECD 국가가 되기 전까지 우리나라가 줄곧 1위를 했던 것이 자살률이다. 노인 자살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 그 중요한 원인이다. 이는 가족 구성의 급격한 변화이자, 빈곤의 문제이고, 의료 실패의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

노인들, 특히 할아버지 자살율이 높은데 사회복지 비용이 표를 매수하는 데 쓰이느라 청년수당, 아동수당 등으로 쓰이고 있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복지를 늘려야 하는 영역이 있다면 바로 노인 빈곤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들 하나 길러놓으면 은퇴 후가 보장된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농경시대의 가치관으로 살다가 정작 은퇴하고 나니 출구가 없는 노인 빈곤 문제에 복지 자원이 집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자살율이 높은 이유 중의 하나가 정신질환의 치료 거부나 인식 부족이다. OECD국가 중에서 항우울증 치료나 심리 상담을 하고 있는 사람의 비중이 뒤에서 두 번째로 낮다. 그래서 나는 이 분야를 의료의 실패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한 의료 실패의 원인 중 하나가 우리나라에는 엉터리 심리상담, 유사 상담사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너무 쉽게 자격증을 남발하는 사회다. 최근 내가 한의사의 공황장해 상담과 치료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글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학교에서 보직을 맡아 하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심각하게 정신질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KAIST에서도 너무 심각하게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 직원, 교수들이 널려 있다. 이는 정신질환이 단순한 빈곤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증거다. 나의 딸은 심리학 박사과정을 마무리 중이고 나는 비교적 이 쪽에 많은 노출을 경험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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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도 육체만큼 병들기 쉽고, 유약한 것이다. 심리학 등의 과학이 육체와 심리의 경계를 잘 모르고 보이지 않는 마음을 더듬어서 치료하는 불완전한 지식의 영역이라는 것이 누구나 참여하고 함부로 전문가를 자처할 수 있다는 것의 구실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운 것이다. 선진국에서 임상심리사로 상담을 하려면 병원의 정신과에서 비교적 긴 기간의 임상 훈련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나는 말로만 자살률 1~2위라며 자조하지 말고 이를 국가적 어젠다로 삼아 몇년 안에 OECD 평균 정도로 내리겠다는 각오를 우리 사회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때는 일본과 네덜란드도 우리처럼 자살 만연의 국가였지만 이제 많이 극복되었다. 그 출발점은 이것이 의료의 영역이고 몸과 같이 마음도 아프다는 인식을 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아직도 주술적 그리고 확인되지 않은 상식에 의한 심리 상담으로 아픈 사람들을 더 아프게 하는 야만이 행해지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된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지만 나는 한의학이 이 영역에 그렇게 자체적으로 많은 지식을 쌓아 올린 적이 있다고 들어보지 못했다. 최근에 조현병 환자에 의한 무차별 살육이 우리 사회가 정신병을 얼마나 허술하게 다루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모든 의학은 불완전하고 진보한다. 하지만 그 불완전하다는 것이 환자를 상대로 자의적인 임상 실험을 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불완전하면 얼마만큼 불완전하지, 그 부작용의 위험은 어느 정도인지 알고, 환자에게도 공지하고 해야하는 것이 의료가 쌓아온 규범이 아닌가? (글:  이병태)  [출처: 제3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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