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유기견들은 어디로 가나 -길도형

2019.01.16 09:31:46

조막만한 푸들부터 눈꼽 가득한 늙은 리트리버, 진돗개, 썰매 끄는 중대형 견에 이르기까지
★누군가의 사랑 받으며 반려 동물로 살다가 버림받은 녀석들의 기구한 팔자 2년여 지켜보다
어린 자원봉사자들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시켜요. 이 아이들 지켜주세요” 계속 외치다니

일산 미관광장(문화공원)에는 주말 토요일만 되면 반려동물 케어 단체 회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유기견 입양 홍보 및 현장 입양’ 캠페인을 하곤 했다(미관광장에 안 간 지도 꽤 지나 지금도 하는지는 모르겠다). 협회 관계자로 보이는 성인이 스타렉스에 유기견들을 싣고 온다. 그러면 그늘막을 치고 기다리고 있던 중·고교 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사람 왕래가 가장 많은 곳에 개장을 내려놓고 일부 유기견들의 목줄을 공원 나무나 구조물에 묶어 놓는다. 협회가 현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을 내세워 하는 주요 활동은 세 가지다.

첫째, 반려 동물 보호 및 유기견 입양 홍보.
둘째, 유기견들의 현장 입양.
셋째, 유기견 보호 활동을 위한 후원금 모금.

 보기에도 남루하고 깡마르거나 겁에 질린 개들이 광장에서 라페스타로 건너는 횡단보도 초입에서 무수히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조막만한 푸들에서부터 눈에 눈꼽이 가득한 늙은 리트리버, 진돗개, 썰매 끄는 개로 보이는 중대형 견에 이르기까지 그래도 그 나름 목욕에 빗질까지 하고 나와 있다.
그렇게 나온 녀석들은 하루 종일 개장에서 꼼짝 않고 벌벌벌 떨기만 하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맨바닥에 털푸덕 주저앉은 채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어도 심드렁한 녀석, 목줄이 나무에 묶인 채 지나다니는 사람들한테 쉴 새 없이 달려드는 녀석에 이르기까지 누군가의 사랑을 받으며 반려 동물로서 살다가 버림받은 녀석들의 기구한 팔자를 2년여 동안 주말마다 지켜봤다(그때가 주말마다 세월호 서명운동을 하던 흑역사의 시기다).


실제로 더러더러 입양되는 녀석들도 봤다. 새 주인을 만난 녀석들은 제 처지를 아는지 아주 싹싹하고 고분고분하게 굴었다. 그러나 캠페인이 끝나는 오후 6시가 되기 한 시간 전부터 개들은 일제히 활력을 잃고 시무룩한 얼굴로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린다. 개들은 그렇게 3주인가 4주인가 나왔다가 입양인이 안 나타나면 안락사를 당한다. 실제로 캠페인 현장에는 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이 아이들은 오늘까지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를 시킨대요. 이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힘드시면 후원금으로 지켜주실 수 있어요.”를 번갈아가며 외친다.

청소년들의 그 외침을 처음 듣는 순간 실로 뜨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어리고 맑은 영혼의 아이들한테 어른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유기견도 유기견이지만, 자원봉사자 아이들이야말로 아무 것도 모른 채 관심과 동정을 내세운 협박하는 방법부터 배워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입양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안락사’를 시킬 수밖에 없는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분명 청소년들은 교육의 연장으로서 자원봉사 활동에 나섰을 터이다. 그 아이들에게 교육과 자원봉사 점수를 빌미로 ‘입양해 가지 않으면 개들은 죽임을 당한다’는 협박을 하게 만드는 어른들과 협회의 행태는 너무도 비인간적이고 반교육적이지 않은가.

어느 주말, 유기견을 싣고 온 스타렉스 운전자와도 낯이 익어 ‘입양 안 되면 정말 다 죽어야 하냐?’고 물어봤다. 운전자이자 협회 관계자는 지극히 당연하다는 식으로 답했다. 물론 나 또한 그런 현실에 마음을 빼앗기고 동정할 서 푼짜리 감성은 삶이란 리얼 극의 배우가 된 지 얼마 안 지나 버려버린 터였다. 그래도 따질 건 분명 있었다.

“당신들 저 아이들한테 사람의 동정심에 기대어 협박하는 기술을 가르치고 있는 것 아시느냐? 굳이 입양 안 되면 안락사 당한다고 애들 입으로 떠들게 해야겠느냐?”

 그러나 협회 관계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능글거리며 빠져나갔다. 그런 식이다. ‘선의’를 가장한 사회봉사단체며 시민단체들, 그 선의를 더욱 과장 포장하기 위해서라면 뭔 짓이라도 한다는 것! 그로부터 어느 날인가 TV 뉴스를 보다가 너무도 역겨워 채널을 돌려 버렸다. 그 선택받지 못한 유기견들이 안락사 당한 뒤 어디로 가는지를, 리포터가 화면과 함께 보여 주는 순간이었다.  (글쓴이 : 길도형)    [출처 : 제3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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